아펠쿠헨이란?
어릴 적 먹었던 엄마표 사과 케이크가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독일식 사과 케이크, ‘아펠쿠헨)’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만 정겹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독일에서는 이 케이크가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가족, 전통, 계절의 풍미를 담은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여기서는 아펠쿠헨의 정의부터 역사, 그리고 세계적으로 어떻게 퍼졌는지까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펠쿠헨(Apfelkuchen)은 독일어로 ‘Apfel(사과) + Kuchen(케이크)’이라는 뜻 그대로, 사과를 주재료로 한 독일식 케이크다. 보통 우리가 떠올리는 미국식 애플파이와는 꽤 다르다. 파이처럼 바삭한 크러스트 대신, 좀 더 폭신하고 촉촉한 스펀지나 반죽 기반의 케이크가 대부분이다.
간단히 말하면, 아펠쿠헨은 “사과가 듬뿍 들어간 홈메이드 케이크”로, 커피 한 잔과 함께 오후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 디저트다.
맛은 상큼한 사과와 고소한 버터향, 그리고 은은한 계피향이 어우러져 달콤하면서도 가볍고, 중간에 씹히는 사과의 식감이 포인트다. 모양은 원형이 많지만, 지역에 따라 사각형 틀이나 개별 조각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역사와 유래
아펠쿠헨의 정확한 기원은 중세 독일로 추정된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 사과는 저장이 용이하고 널리 재배되는 과일이었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형태로 요리에 쓰이게 되었다. 특히 독일은 “Kaffeekuchen 문화”, 즉 커피와 함께하는 케이크의 전통이 뿌리 깊은 나라다. 아펠쿠헨은 그중에서도 가정에서 가장 자주 만들어지는 디저트였다.
사실 독일에서는 아펠쿠헨이 없는 일요일 오후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익숙한 음식이다. 오븐에 구워지는 사과 케이크의 냄새는 많은 독일 가정에 “집의 냄새”로 기억된다.
19세기 후반,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과 캐나다로 대거 이주하면서 아펠쿠헨도 함께 전파되었다. 미국의 애플파이 문화 역시 일부는 아펠쿠헨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후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변형이 생겼고, 폴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도 사과를 활용한 지역 버전의 케이크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Apfelstrudel(아펠슈투르델)”은 얇은 반죽에 사과를 말아 구운 디저트로, 아펠쿠헨과 또 다른 사과 디저트의 형태다.
아펠쿠헨은 이제 독일 내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독일식 제과를 선보이는 베이커리나 커피숍에서 아펠쿠헨을 찾는 일이 많아졌고, 특히 “홈카페”, “홈베이킹” 트렌드가 커지면서 레시피 공유도 활발하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인 독일식보다 사과 양을 더 늘리고, 계피의 향을 줄인 부드러운 맛 위주로 로컬화된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파이 스타일이 주류이긴 하나, 크럼블 토핑을 얹은 형태의 아펠쿠헨도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커스터드 크림을 함께 넣거나, 작은 사이즈로 1인용 미니 아펠쿠헨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레시피
재료
아펠쿠헨의 매력은 복잡한 재료 없이도 깊은 맛이 난다는 점이다.대부분의 재료는 집에 늘 있는 기본 재료들이지만, 중요한 건 비율과 순서다.
우선 사과가 주인공이다. 신맛이 도는 사과, 예를 들면 '그라니 스미스'나 '피핀' 계열이 제일 적당하다.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다. 두껍지 않게 썰어야 굽는 동안 속까지 부드럽게 익는다.
기본 반죽에는 버터, 설탕, 달걀, 밀가루, 베이킹파우더가 들어간다. 설탕은 너무 많이 넣기보다는 사과의 단맛을 살릴 정도로만. 버터는 실온에 놔둬 부드럽게 한 뒤 사용해야 반죽이 잘 섞인다.
계피는 선택사항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빠지면 섭섭하다. 사과와 계피의 조화는 언제나 옳으니까.
만들기
사과 준비 : 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4등분 한 뒤 얇게 썬다. 약간의 레몬즙을 뿌려두면 색이 변하지 않고 풍미도 산뜻해진다.
반죽 : 실온의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림처럼 만든다. 여기에 달걀을 하나씩 넣어가며 잘 섞는다.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내려 넣고, 부드럽게 반죽한다.
팬에 담기 : 케이크 팬에 유산지를 깔거나 버터를 바른 뒤 반죽을 부어 편다. 그 위에 준비한 사과를 원을 그리듯 겹겹이 얹는다. 마지막으로 계피 설탕을 고르게 뿌려준다.
굽기 :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45분 정도 굽는다. 겉은 노릇하고, 이쑤시개를 찔렀을 때 반죽이 묻어나지 않으면 완성이다. 굽는 동안 집 안 가득 퍼지는 사과와 계피 향이 정말 행복하다.
식히기와 마무리 : 꺼낸 뒤에는 팬에서 식히고, 식은 후 슈가파우더를 뿌려도 좋다. 차가운 생크림이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내면 훨씬 풍성한 디저트가 된다.
만든 후기
아펠쿠헨은 독일식 애플케이크지만, 정작 그 맛은 굉장히 보편적이고 따뜻하다. 시럽처럼 달콤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과의 맛과 부드러운 반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그 덕에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 좋아한다.
무엇보다 이 케이크는 굽는 동안의 향기, 기대, 정성까지 모두를 담아낸다.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그 시간이야말로, 아펠쿠헨의 진짜 맛이 아닐까 싶다.
한 번 구워두면 냉장 보관 시 3일 정도까지 보관 가능하고,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 먹으면 금방 구운 것 같은 식감이 살아난다.